미세먼지는 당뇨병 위험을 높인다
미세먼지는 당뇨병 위험을 높인다 - 주간경향 2016.05.03
언제부터인지 우리나라의 봄은 황사와 미세먼지로 범벅이 되고 있습니다. 금년 봄에는 이틀에 한 번꼴로 나타나고 있어 정말 큰 문제입니다. 30년 전에 외국인과 펜팔을 할 때 펜팔 사무실에서 주는 영어 상용문 중에는 ‘맑고 높은 하늘은 우리나라의 자랑’이라는 상투적인 표현이 있었는데, 이젠 그런 말을 쓸 수 없게 됐습니다.
지름이 10마이크론 이하의 먼지를 미세먼지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PM10이라고 합니다. 지름이 2.5마이크론 이하인 먼지를 초미세먼지라고 하고 PM2.5라는 용어로 표시합니다. 다른 말로 에어로졸이라고도 합니다. 대부분 연료가 연소할 때 나오는데, 석탄이나 경유가 연소될 때 가장 많이 나온다고 합니다. 선뜻 이해가 가지 않지만 담배 또한 미세먼지의 주요 발생 원인입니다.
우리나라는 중국에서 유입되는 미세먼지와 국내의 자동차와 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합쳐져 굉장히 많은 미세먼지에 시달리고 있는데, 국민 전체의 건강이 큰 문제입니다. 미세먼지는 창문을 닫아도 완전히 차단되지 않고 웬만한 마스크로도 막지 못합니다. N95라는 마스크로 어느 정도 차단이 되지만 너무 불편해서 쓰기 힘듭니다.
미세먼지는 방어시스템의 관문인 폐를 손쉽게 뚫고 들어온다
그래서 폐가 나빠지는 것은 이해가 가는데, 최근에는 심장병과 당뇨병의 위험도 높인다고 밝혀지고 있습니다.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염증입니다.
미세먼지는 코와 기관지의 방어시스템을 스텔스 전투기가 구식 레이더 방어시스템을 뚫는 것처럼 손쉽게 뚫고 들어와 폐의 가장 마지막 단계인 허파꽈리(폐포)에 도달합니다.
허파꽈리에는 마지막 방어시스템인 면역세포(대식세포)가 쫙 포진해 있는데, 먼지를 감지한 면역세포가 먼지를 먹어버립니다. 먹고 녹여버리면 좋은데 너무 많은 양이 유입되면 여기에 있는 면역세포만으로는 역부족입니다. 그래서 면역세포는 후방에 지원요청을 합니다. 더 많은 면역세포를 보내달라는 신호입니다.
이제부터 일이 시작됩니다. 이런 반응이 아주 일시적이고 먼지의 양이 적으면 여기서 일이 끝나고 모두가 행복한데,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먼지의 양이 많으면 일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폐의 염증은 몸 전체의 염증을 일으킨다
인해전술로 덤벼드는 막강한 먼지의 공격을 당한 폐의 방어세포들은 우리 몸의 면역세포 사령부에 화학물질로 지원요청을 보냅니다. 쉽게 그냥 염증물질이라고 합니다. 인터루킨 등의 물질입니다. 이 물질의 목적지는 어디일까요?
바로 골수입니다. 뼈는 단지 뼈가 아닙니다. 뼈의 내부에서는 수많은 원시세포들이 몸의 부름을 받기를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습니다. 염증세포가 필요하면 염증세포가 되어서 나가고, 혈관세포가 필요하면 혈관세포가 되어서 나갑니다. 무엇이든지 될 수 있는 전능한 세포, 또는 원시세포로 골수에서 대기 중입니다.
염증물질이 도달해서 폐에서 전투가 벌어지니 빨리 와달라는 증원 요청이 들어옵니다. 그러면 골수에서 다핵세포(역시 면역세포)가 우르르 피로 몰려나와 폐로 벌떼처럼 달려갑니다. 여기서 먼지와의 한판 전쟁이 시작됩니다.
그런데 먼지가 잘 녹지 않고 만성적이라 면역세포는 못 먹을 것을 먹어 괴로워하다가 죽거나 아니면 전장을 탈출해서 핏속으로 도망가는데, 이미 먼지 탓에 상처받은 상태라 비정상적으로 공격적으로 변해 혈관세포에 상처를 주고 손상을 입힙니다. 그러면 여기서 또 2차, 3차 염증이 생기면서 폐에서 발생한 염증이 온몸으로 확전됩니다. 몸의 3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는 것입니다.
전신적 염증은 동맥경화증이다
전신적 염증은 주로 혈관을 타격합니다. 정상적인 혈관은 어느 정도 견디지만 이미 콜레스테롤이 쌓여 약해진 혈관은 염증이 심해지면 콜레스테롤이 터지면서 동맥이 막히는데, 이것이 바로 심근경색증 또는 뇌졸중입니다. 이미 10여년 전부터 큰 도로 옆에 사는 사람들의 심장병 사망률이 높은 것이 알려졌고, 심한 대기오염은 심장병의 강력한 위험요인이라는 것이 인정되었습니다. 미세먼지는 심장병 발생과 심장돌연사의 위험을 심대하게 높입니다.
전신적 염증은 인슐린 저항성이고 당뇨병이다
설상가상으로 미세먼지가 당뇨병의 위험도 크게 증가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험쥐를 미세먼지에 무지막지하게 노출시켜서 보면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하고 당뇨병이 발생합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인데, 미세먼지에 노출이 많이 될수록 당뇨병 경향이 증가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그런데 최근(올해 2월)에 미세먼지와 당뇨병에 대해 면밀히 연구한 논문(Ambient air pollutants have adverse effects on insulin and glucose homeostasis in Mexican Americans)이 미국의 대표적인 당뇨병 저널이 ‘Diabetes Care’에 발표되었습니다.
이 연구의 장점은 약 1000명 정도에 해당하는 피험자에 대해 아주 정밀한 인슐린, 포도당 대사 측정을 했다는 것입니다. 워낙 다른 연구의 참여자들이어서 그 목적에 맞는 정밀한 결과가 있는 상태에서 그들이 사는 주소지를 중심으로 한 미세먼지 대기 자료를 통합해서 산출한 결과입니다.
이 논문에 의하면 고농도의 PM2.5에 짧은 기간 노출되어도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하고, 공복혈당·공복인슐린이 높아지며 이상지혈증 경향을 보인다고 합니다. 단적으로 말하면 당뇨병이 될 위험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이런 경향은 장기간(1년) PM2.5에 노출된 경우에도 동일해서 1년 동안의 노출량이 많을수록 인슐린·공복혈당이 높아진다고 보고되었습니다.
몸무게가 많이 나갈수록 초미세먼지의 영향이 더 크다고 합니다. 즉 뚱뚱할수록 취약한 것입니다. 비만하다는 것은 지방세포가 많다는 뜻이고, 지방세포가 많다는 뜻은 염증이 많다는 뜻입니다. 지방세포 자체의 염증도 힘든데, 거기에 초미세먼지 염증까지 얹혀진 상황이니 아무래도 더 힘들겠죠.
미세먼지가 당뇨병의 위험을 높이는 이유는 역시 염증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미세먼지에 의한 전신적 염증이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합니다.
현실적인 대처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미세먼지를 발생시키지 않는다. 국내에서도 많은 부분이 발생하는데, 경유차·석탄발전소에 대한 정책적 대응이 필요합니다. 중국발은 국제적 공조가 중요하겠죠. 담배도 중요한 미세먼지 발생 행위입니다. 금연합니다.
2. 미세먼지를 피한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은 바깥 활동을 되도록 피하고 실내에 있을 때는 창문을 닫고 공기청정기를 작동시킵니다.
3. 미세먼지를 막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너무 용감합니다. 미세먼지가 자욱한 날에 마스크 쓴 사람이 너무 적어요. 불감증이 너무 심합니다. 꼭 황사마스크 이상의 마스크를 쓰세요. 집에 올 때 문 밖에서 옷을 털고, 들어와서는 머리를 감으세요. 그리고 물을 자주 마십니다.
<연세조홍근내과 원장>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5&art_id=201604261034191#csidx5126643cbb553a9b45565df17e6a6f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