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조홍근의 ‘알기 쉬운 건강이야기’]마그네슘이 부족하면 당뇨병이 되나요?

지난 20년 동안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혈중 마그네슘이 부족하면 당뇨병에 더 잘 걸리고, 당뇨병 진행 속도도 더 빠르다는 보고가 많습니다. 그래서 가끔 시중에서 마그네슘을 광고하는 전단이나 SNS 포스팅을 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광고는 조금 문제가 있습니다. 일부 광고나 포스팅에 의하면 마그네슘이 대단히 중요한 당뇨병의 주범인 것으로 주장하거나 마그네슘만 보충하면 당뇨병에 걸리지 않고 당뇨병에 걸린 사람도 다 낫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습니다. 

오로지 한 가지 원인이 질병의 발생과 진행을 결정짓는다고 주장하는 것은 일종의 질병환원주의인데, 과학적 사고방식과 상식적 추론이 결여된 데서 오는 오류입니다. 이런 환원주의적 주장은 마그네슘과 당뇨병과 관련하여 그나마 인정되는 사실마저 그 진실성을 의심하게 하는 부작용도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마그네슘이 무엇이고, 우리 몸에서 어떤 기능을 하고, 당뇨병과는 얼마나 관련이 있는지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마그네슘이 많이 들어 있는 음식 

우리 몸에 있는 마그네슘은 다 털어내
봐야 약 25g 정도에 불과합니다. 몸속에 있는 콜레스테롤의 총량이 약 140g 정도인 것에 비하면 그리 많지 않습니다. 60%가 뼛속에 있고, 39%가 장기에 있으며, 약 1% 미만이 혈중에 존재합니다. 따라서 혈중 마그네슘은 전체 마그네슘의 양을 그렇게 잘 대변하지 못합니다.

마그네슘은 여러 음식에 존재합니다. 귀리나 보리 등의 전곡류와 콩, 견과류에 많습니다. 향신료, 녹색잎 채소(특히 시금치), 해산물에도 많이 있습니다. 우유나 요거트에도 많으며, 초콜렛에도 많이 들어 있습니다. 수돗물에도 있는데, 경수에는 마그네슘이 많고 연수에는 나트륨이 많습니다.

우리가 먹는 많은 음식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정상인에게는 그렇게 결핍 증상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고혈압, 당뇨병, 흡수장애가 있는 환자들이나 노인에게는 마그네슘 결핍으로 인한 증상이 흔합니다. 

마그네슘 결핍은 당뇨병을 유발하고, 당뇨병은 나그네슘 결핍을 가중시키고, 마그네슘 결핍은 다시 당뇨병을 악화시킨다. 마그네슘을 섭취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흔히 말하는 건강식단으로, 콩·견과류·채소류·전곡류·해산물·육류 등으로 차린 균형식단이다. 사진은 서울의 한 지자체가 마련한 ‘건강밥상 차리기 강좌’에 참여해 야채를 위주로 한 녹색음식을 만들고 있는 주부들. / 경향신문 자료사진

마그네슘 결핍은 당뇨병을 유발하고, 당뇨병은 나그네슘 결핍을 가중시키고, 마그네슘 결핍은 다시 당뇨병을 악화시킨다. 마그네슘을 섭취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흔히 말하는 건강식단으로, 콩·견과류·채소류·전곡류·해산물·육류 등으로 차린 균형식단이다. 사진은 서울의 한 지자체가 마련한 ‘건강밥상 차리기 강좌’에 참여해 야채를 위주로 한 녹색음식을 만들고 있는 주부들. / 경향신문 자료사진


마그네슘은 소장에서 흡수되는데, 여러 가지 상황이 마그네슘 흡수에 영향을 줍니다. 기름진 음식을 너무 많이 먹으면 마그네슘과 지방이 서로 결합하여 비누 거품 같은 것을 형성해서 대변으로 나옵니다. 다시 말하면 마그네슘 결핍이 됩니다. 인산을 많이 먹으면 소장에서 인산과 마그네슘이 결합해서 흡수되지 않고 대변으로 나갑니다. 마그네슘을 적게 먹고 인산을 많이 먹는 경우에 이런 일이 가장 심하게 발생합니다. 언제일까요? 바로 청량음료를 많이 먹을 때입니다. 

청량음료에는 인산이 있는데, 많이 마실 경우 이 인산과 마그네슘이 결합하여 마그네슘이 흡수가 안 됩니다. 칼슘도 인산이 많을 때는 같은 운명입니다. 기름기 있는 음식과 청량음료, 뭔가 익숙한 조합아닌가요? 너무 즐기지 마세요. 카페인이 많은 커피를 마시면 마그네슘이 소변을 통해 배설됩니다. 너무 많은 칼슘을 먹어도 칼슘이 마그네슘을 쫓아냅니다. 

반대로 비타민D와 단백질은 마그네슘의 흡수를 증가시킵니다. 서로 물고 물리는 관계입니다.

마그네슘은 우리 몸에서 어떤 일을 할까요? 

마그네슘은 대부분 세포 안에서 작용합니다. 마그네슘이 하는 일은 너무나 많습니다. 마그네슘은 세포에서 에너지를 합성하는 데 필수적인 조연입니다. 마그네슘은 또한 300종류 이상의 효소 작용에도 필수적입니다. 효소가 없으면 생명활동이 중지됩니다. 그러니까 마그네슘은 무척 중요합니다. 좀 더 단순하게 마그네슘이 관여하는 일을 나열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인슐린 합성과 인슐린 작용, DNA 합성, 단백질 합성, 혈관 확장, 혈전용해, 근수축 등입니다.

마그네슘이 결핍되면 어떤 증상이 생기나요? 쥐가 납니다.

마그네슘이 부족하면 전반적 피로감과 무기력, 그리고 불면증이 옵니다. 따라서 주의 깊게 살피지 않으면 마그네슘 결핍인지 그냥 피로감인지 모를 때가 많습니다. 마그네슘이 결핍되기 시작하면 가벼운 미식거림, 구토, 소화불량, 식욕감퇴 등이 옵니다. 불면증도 생기고 불안증이 오기도 합니다. 조금 더 심해지면 아주 대표적인 증상이 나타납니다. 

바로 근육에 쥐가 나거나 떨리는 것입니다. 눈 주변의 근육이 파르르 떨거나 얼굴근육이 씰룩대거나 손가락이 덜덜 떨리거나 다리에 쥐가 나거나 자다가 다리가 뻣뻣해져서 깨는 증상 등이 많이 있습니다. 다리에 쥐가 날 때는 하지 정맥류도 의심해야 하지만 그런 질환이 없을 때에는 마그네슘 결핍을 의심합니다. 아주 심해지면 간질발작과 심한 부정맥이 오는데, 아주 드문 경우입니다. 

어떤 사람에게 마그네슘이 결핍되나요? 

염증성 대장질환 등의 만성 장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마그네슘이 많이 결핍돼 있습니다. 알코올중독 역시 영양상태가 좋지 않아 마그네슘이 많이 결핍되어 있습니다. 65세 이상의 노인은 마그네슘을 잘 흡수하지 못하고 콩팥에서 배설을 더 많이 하기 때문에 마그네슘 결핍이 늘 있습니다. 고혈압 약, 특히 이뇨제를 복용하고 있는 환자는 마그네슘이 많이 배설되기 때문에 결핍이 많습니다. 제산제를 오래 먹어도 마그네슘 결핍을 유발합니다. 여기에 해당되는 분들은 결핍 증상이 있다면 마그네슘을 보충하는 것이 좋습니다. 

당뇨병 환자는 왜 마그네슘이 문제인가요? 

마그네슘은 췌장에서 인슐린을 분비하는데 중요한 조연이며, 또한 세포에서 인슐린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 없어서는 안 될 물질입니다. 마그네슘이 부족하면 인슐린 분비가 떨어지며 인슐린 저항성이 심해집니다. 결국 당뇨병으로 가는 길을 재촉하게 됩니다. 인슐린의 기능이 떨어져 당뇨병이 되면 반대로 당뇨병이 마그네슘 결핍을 유발합니다. 마그네슘이 소변을 통해 많이 배설되는 것이 당뇨병 환자의 아주 특징적인 소견입니다. 마그네슘 결핍은 당뇨병을 유발하고, 당뇨병은 마그네슘 결핍을 가중시키고, 마그네슘 결핍은 다시 당뇨병을 악화시킵니다. 서로 물고 물리면서 악순환의 고리가 깊어지고 복잡해집니다. 

그렇다면 마그네슘을 보충하면 당뇨병이 예방되고 혈당이 잘 조절되나요? 글 첫머리에 말씀드렸듯이 마그네슘 한 가지만 보충했다고 해서 생기려고 하는 당뇨병이 예방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식생활을 반듯이 하면서 보충한다면 보조적인 도움은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마그네슘 보충제가 혈당을 더 잘 조절하게 도와줄까요? 상반된 결과가 섞여 있어 아직 결론이 안 났습니다. 저는 이렇게 합니다. 상세한 관찰 결과 마그네슘 결핍 증상이 있다면 당연히 마그네슘을 보충하게 권고합니다. 증상이 없다면 마그네슘이 풍부한 식단을 처방하거나 환자가 원하면 마그네슘 보충제를 권합니다. 

어떻게 마그네슘을 보충하나요?

일단 음식으로 마그네슘을 섭취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흔히 말하는 균형식단입니다. 콩, 견과류, 시금치를 비롯한 녹색채소에 많습니다. 전곡류에도 아주 많습니다. 해산물과 육류에도 풍부해서 결국 이런 것을 권하다 보면 고단백, 전곡류, 채소류 식사를 하게 됩니다. 흔히 말하는 건강식단입니다. 

그런데 요즘처럼 혼자 사는 사람이 많고 제대로 챙겨 먹기 힘든 경우가 많은 상황에서 건강식단이 누구에게나 쉬운 것은 아닙니다. 생활습관 조사 결과 건강식단이 불가능할 경우에 저는 당뇨병, 고혈압 환자에게 마그네슘 보충제를 권합니다. 본인의 평소 증상을 되돌아보세요. 혹시 마그네슘 결핍은 아닌지. 

<연세조홍근내과 원장>



원문보기: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5&art_id=201605231646591#csidx5fc676bd7df94b6a58ef4c947ac09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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